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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과학] 달의 토양(월면토)을 다스리는 자, 달을 지배한다

by 돈버일하 2017.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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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탐사의 새로운 패러다임 - 월면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미국 정부와 항공우주국(NASA), 중국 등이 화성과 달의 우주 식민지 개척 계획이 작년에 공개됐다. 러시아는 또한 달 식민지 계획을 구체화하고 기지 건설 및 12명의 우주인을 상주시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중심으로 이르면 2020년 이후 달 궤도선과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면, 건설기술연구원은 우주 탐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들과 함께 우주 현지에서 전진 기지를 세우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 성과는 우리나라의 달 탐사 2단계 사업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 2009년 NASA의 달 관측 위성(LCROSS)이 달 남극지방에 충돌해 떠오른 먼지구름을 분석한 결과 달에 예상보다 많은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는 중대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발견은 우주 유인탐사가 실현 가능한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우주탐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 LCROSS 실험 - 자세한 내용 ]

  2009년 10월 NASA는 달에 '달크레이터 관찰 및 탐지위성(LCROSS)'을 충돌시켰다. 1.5t의 TNT 폭탄이 터지는 것과 맞먹는 충격과 함께 깊이 4m, 너비 20m의 분화구가 생성됐다. 우주 공간으로 뿜어져나온 파편을 상공 80㎞에 떠 있던 '달궤도탐사선(LRO)'이 관찰했다. NASA는 이듬해 LRO 분석 결과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는데 핵심은 '물'이었다. LCROSS가 충돌한 곳은 햇빛이 들지 않는 의 남반구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5㎞ 표토층 안에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1500개를 채울 수 있는 38억ℓ 상당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 LCROSS 실험 이후 달에 탐사선을 보내고, 궁극적으로 기지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R&D)의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얼음을 녹이면 이 되고, 분해하면 산소와 수소가 나온다. 수소연료로 사용되는 만큼,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에 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에서 우주로 보내는 발사체 에너지의 90%가 지구 중력을 뚫기 위한 추진체로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달로 발사체를 보낸 뒤 그곳에서 연료를 채워 다시 발사하면 더 먼 우주로 더 많은 장비와 사람을 실어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달에는 핵융합 발전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헬륨-3(He-3)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활용되는 희귀금속인 희토류풍부한 것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달에 물이 있는 것이 확인됐고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기반 기술이 조금씩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월면토로 향했다. 달에 있는 월면토를 재료로 사용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건물을 짓는다면 운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며 건설할 수 있다.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서는 전진기지로서의 달 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진국들은 달 현지에서 샘플을 시추해 분석하는 현지 탐사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우주인 생존에 필요한 산소와 물, 추진체의 연료 생산, 우주기지 건설과 같은 우주 현지 자원 활용 연구도 활발하다. 하지만 기존의 기술로는 달에 전진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어렵다. 달 표면에는 공기나 물이 희박하여 기본 건축재료인 콘크리트를 배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재나 건축재료를 지구에서 실어나르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우주 로켓의 탑재가능한 최대 중량단위가 톤(t)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달 표면에 있는 흙(월면토)를 가공해 현지에서 3D 프린터 기술로 기지를 건설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설기술연구원의 경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월면토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접합재를 사용해 달 콘크리트인 폴리머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그리고 작년 폴리머 콘크리트를 이용한 3D 프린팅 건설 기술을 공개했다.

  올해 국내 과학자들이 달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에 도전한다. 대기가 없고 완벽한 진공에 가까운 달의 환경을 모방하는 것은 첨단 과학기술로도 어려운 일이다. 인류가 달에 거주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달과 똑같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수소나 산소 같은 원자들도 약한 중력과 40억년이 넘는 오랜 시간 때문에 대부분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버려서 달에는 대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달은 거의 완벽한 진공상태에 해당한다. 지구의 1기압은 약 760토르(Torr). 뛰어난 진공청소기가 600토르 정도인데 달은 보통 1012분의 1토르에 해당한다. 반면에 화성 같은 경우는 대기가 존재하는 만큼 재현이 어렵지 않다. 가스를 머금고 있는 '토양' 때문이다. 달은 40억년 넘게 '월면토(달에 있는 흙)'에 있던 가스들이 빠져나와 우주 공간으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완벽한 진공을 이루고 있다. 월면토와 성분이 같은 흙을 지구에서 만들어도 표면에는 여러 가스나 불순물이 묻어 있기에 달 환경을 재현하는 것은 어렵다.

  달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월면토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만들어 건설해야 한다. 달과 똑같은 환경을 재현해 이를 검증하지 않으면 향후 달 기지 건설 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올해 3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개발 업체인 '딥스페이스인더스트리'가 개발한 달 인공 월면토 512㎏을 사들였다. 3개월 만인 지난 6월에는 532㎏을 추가 주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NASA는 지난달 과학자 8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팀을 만들었는데 이들의 목표는 인공 월면토의 특성을 분석하는 일이다. 또한 NASA의 존슨우주센터는 인공 월면토 'JSC-1A'의 생산을 중단했다가 최근 돌연 재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달 기지 건설을 위해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이 월면토의 특성이다. 월면토는 지구에 380㎏ 존재한다. 1969년 NASA가 달에 보낸 아폴로 11호가 귀환하면서 싣고 온 것들이다. 이 중 약 190㎏은 실험을 위해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NASA가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로버(달 탐사 차) 탐사나 기지 건설 예행연습을 하기에 190㎏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월면토를 모방한 인공 월면토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폴로 11호가 갖고 온 월면토 성분을 분석해보면 이산화규소가 약 47.3%, 이산화티타늄이 약 1.6%, 산화알루미늄이 약 15.3%, 그 밖에 산화칼슘과 산화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성분들을 조합하면 월면토와 똑같은 인공 월면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구와 달은 지각의 화학적 구성물은 상당 부분 일치하지만, 대기가 없고 물이 희박한 조건에서 달 표면은 지난 40억년 동안 지구와 다른 형태로 형성되어왔다. 달은 약 45억년 전 지구에 화성 크기의 외부 천체가 부딪히면서 떨어져나가 만들어졌다. 충돌 과정에서 엄청난 열이 발생했고 암석들은 열에 녹았다가 굳는 과정을 거쳤다. 원시 달은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굳어 현무암 계열의 암석으로 탄생했다. 이후 달에 소행성과 같은 작은 천체들이 끊임없이 떨어지면서, 달 표면 암석이 부서지면서 모래처럼 작은 알갱이가 됐다. 천체와의 충돌 과정에서 월면토는 증발과 재결정화 과정을 반복하면서 물리적 특성이 변했다. 또한 태양과 우주에서 날아오는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에 의해 월면토는 수십억 년 동안 에너지에 노출돼 반복적으로 풍화와 생성 과정을 거쳤다. 고에너지에 노출되면 월면토 입자 내부의 원자나 전자가 영향을 받아 물리적 성질이 변하게 된다. NASA는 이를 모방하기 위해 흙에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플라스마'를 쏘아 인공 월면토를 만들고 있지만 물리적 성질을 재현할 수 없다. 40억년 동안 달은 지구와 전혀 다른 공간에 놓여 있었다. 화학적 조성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인 성질까지 똑같이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인공 월면토를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중국, 캐나다에 불과하다. 그 중 존슨우주센터가 만든 것이 실제 달 토양과 가장 유사하다고 인정받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인공 월면토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현무암을 이용해 분쇄 과정을 거쳐 개발된 인공 월면토는 실제 달 월면토와 화학적 조성이 비슷하다.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달 환경에 최적화된 건설 기술과 현지 자원 개발에 사용될 새로운 인공 월면토 개발이 필요하다. 달 탐사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과거 미국과 옛 소련(러시아)에서 시작해 일본, 인도, 중국 등이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형태의 우주개발과는 달리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우주개발 협력을 하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우주개발 기관들이 모여 '국제우주탐사협력그룹(ISECG)'을 만들고 우주탐사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ISECG는 우주 탐험과 인간 거주지를 확대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2030년께 인간을 화성에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달탐사분석그룹(LEAG)은 2020년까지 달에 로버(탐사용 로봇)를 착륙시키려는 각 국가들의 계획을 임무에 따라 조정하고 있다. 2000년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 당시 한국은 예산 부족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향후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기지로 ISS가 활용되는데 한국은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때문에 전 세계 우주개발 역사에서 지금처럼 많은 협력이 이뤄지는 것은 우리나라에게 기회이자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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