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The Matrix, 1999)
영화 매트릭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고, 그 통제 시스템은 이미 존재한다. 매트릭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해서 하나의 큰 감옥이 되었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다. 그리고 그 세상 속을 사는 대다수는 통제시스템 속에 갇혀있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이제, 영화 매트릭스를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영화를 관통하는 문장을 말하라면 "매트릭스란 무엇인가"이다.
영화 속 주인공 네오는 끊임없이 매트릭스에 대해 생각하고 탐구한다. 그리고 답을 찾고자 한다.
영화의 처음은 도시의 심장(Heart of the City)이라는 호텔에서 시작한다. 다시말해 심장, 즉 사람들의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호텔 도시의 심장에서 트리니티 Trinity 는 국가의 요원들에세 쫓기고 있다. 요원들은 통제 시스템을 상징한다.
영화의 주인공 토마스 앤더슨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영화 매트릭스 안에는 컴퓨터와 관련된 전문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토마스 앤더슨이 잠들어 있다. 아직 매트릭스 안에 갇힌 채 잠들어 있는 인간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모피어스를 비롯한 일부 전사들(시온의 전사들-애니 매트릭스 참고)은 인류를 구원할 '그(the One)'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그가 바로 낮에는 컴퓨터 회사의 평범한 직원이지만, 밤에는 천재 해커로 활동하는 앤더슨이다. 그의 해커 아이디는 네오이다. Neo는 One이 재배열된 단어로 '새로운 자'라는 뜻이다. 앤더슨, 즉 네오는 역시 컴퓨터 망을 돌아다니며, 점점 세상에 대한 의심이 짙어 졌고,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혼란을 느끼고 있었으며 나아가 세상 자체가 진짜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다.
자던 중 컴퓨터 화면에 암호화된 메세지가 떠오른다.
wake up, Neo... The Matrix has you. 매트릭스가 널 잡으러 가니, 어서 빨리 일어나라.
follow the white rabbit. 흰토끼를 따라가라.
여기서 흰토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흰토끼를 상징한다.
네오의 집은 아파트 101호이다.
이는 조지오웰의 소설 를 떠오르게 한다. 왜냐하면 소설 속 1984의 101호는 원초적인 두려움이 존재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1984』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책의 결말부분에서 101호를 찾아가 자신의 두려움과 정면으로 맞선다.
네오와 불법 소프트웨어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그에게 돈을 건넨다. 그리고 네오는 그 돈을 속을 파낸 책 속에 숨긴다.
이 책은 영화 매트릭스를 해석하는 데 중요하다. 사실 영화 속에서는 잠깐 스쳐지나가는 정도로만 나왔다. 7초 정도의 분량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매트릭스 세계관을 이해하는 해설서와 같다.
위의 장면에서 나오는 책은 '장 보드리야르'가 쓴 『Simulacra and Simulation』다.
지도 안에 갇혀 길을 잃고 주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인류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자각을 완전히 상실하여 꿈나라에서 헤메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책 속에서 사람들은 지도와 심볼을 현실로 착각하고, 진짜 현실과 자연을 외면한다.
매트릭스를 빠져나온 네오에게 ‘현실의 사막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고 말 한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대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매트릭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장 보드리야르의 이 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자기가 쓴 Simulacra and Simulation 속의 시뮬라시옹과 영화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영화 감독이 그의 저서에 쓰여진 이론을 바탕으로 매트릭스 세계관을 구현해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실재는 이제 조작적일 뿐이다. 사실 이것은 더는 실재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상상 세계도 더 실재를 포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추기는 가졌으면서도 갖지 않은 체하는 것이다. 시뮬라르크하기는 갖지 않은 것을 가진 체하기이다."
책에 따르면 시뮬라시옹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오히려 존재하는 것보다 더 사실적으로 인식되는 것들을 말한다. 자동차 가상 설계나 컴퓨터의 3D 작업과 같은 원리인데 보드리야르는 사실, 실재, 현실, 존재와 연결되어 있는 ‘유사한 가상의 재현’이라는 의미로 쓴다. 그런데 그 재현은 실재를 복사한 것이 아니고 그 자체로 독립적인 시뮬라크르의 하이퍼리얼이다. '시뮬라크르 혹은 시뮬라크라 (시뮬라크라는 시뮬라르크의 원어다)'는 원본 없는 모조, 가짜 복사물을 의미하고, 가상이지만 현실과 같으면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실재를 말한다. 또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과 같고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된다. 보드리야르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인간은 실재보다 더 실재적이고,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며,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네오를 찾아온 사람들 중 한사람의 팔에 흰토끼 문신이 있다.
follow the white rabbit. 메시지를 떠올린 네오는 그들을 따라가고 클럽에서 트리니티와 만난다.
클럽에서 트리니티가 네오에게 말했다.
" 네가 여기 온 이유를 나는 알고 있어. 그를 찾고 있는 거지. 나도 한 때 그를 찾았었거든. 그런데 그를 찾아냈더니, 내가 찾고 있던 것은 그가 아니라, 해답이었다고 얘기하더군. 우리 모두 그 질문 때문에 머리를 쥐어 뜯고 있다는 거야. 너도 그 질문 때문에 온 것이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그 질문에 대해 알고 있겠지. "
그러자 네오가 "what is the Matrix?"라고 말한다. 이것이 영화의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한 문장이다. 영화 속에서 꾸준히 네오는 매트릭스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탐구한다. 그리고 답을 찾고자 한다.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는 스미스 요원들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the One일지도 모를 앤더슨을 극적으로 구한 뒤, 모피어스는 앤더슨에게 이 세상이 허상의 매트릭스 세계라는 깨달음을 가르쳐 준다.
모피어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꿈의 신이다. 즉, 꿈을 밖으로 드러내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래서 영화 속 모피어스는 진실을 전하는 자, 진실을 공개하는자, 그리고 사람들을 매트릭스에서 해방시켜 주는 자를 의미한다.
모피어스와 네오가 만났을 때,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하나의 선택을 제안한다.
"자네는 뭔가를 알고 잇기 때문에 이곳에 와있네. 자네는 그걸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어. 평생동안 이를 느껶지. 이 세상이 무너가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마치 정신에 박혀잇는 가시처럼 괴로운 느낌이지."
매트릭스의 존재는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매트릭스를 말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직접 봐야 한다고 말을 한다. 즉, 어느 누구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통제시스템을 제대로 보기위해서는 마음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기회야. 알고나면 예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어. 파란 알약을 먹으면 여정이 여기서 끝난다네. 침대에서 다시 깨어나 그저 자네가 믿고 싶은 대로 지금처럼 계속 살아가면 돼. 하지만 빨간 알약을 선택하면 여정이 계속 이어지고, 토끼굴이 얼마나 깊게 내려가는지 내가 보여주지."
여기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가 또 다시 떠오른다. 진실에 다가가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두 알약의 색도 각각 상징하는 것이 다르다. 파란 색은 수동적인 에너지를 의미한다. 반면에 빨간 색은 전진, 의지의 실천 그리고 진실을 따른다는 의미이다.
빨간 알약을 삼킨 네오는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온몸에 튜브와 장치가 꽂힌 채 인공자궁 안에 있던 네오는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인공자궁 안에 갇혀서 시스템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참혹한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는 동시에 즉시 폐기장으로 쓸려 내려가지만, 위치를 파악한 전함이 즉각 그를 구출해 전함(느부갓네살) 속에 들어오게 된다. 인공자궁 안을 벗어난 네오는 인공자궁 안에서 식물처럼 키워지다 보니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서 두발로 일어서는 것부터 배운다.
천천히 재활 과정을 거치고 있는 장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하나 있다. "왜 이렇게 눈이 아프죠?"라고 네오가 묻자, 모피어스가 "한번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라네."라고 답한다. 즉, 네오가 혹은 매트릭스를 보는 관객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세상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눈이 있으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었음을 꼬집는 대사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짜(REAL)라는 게 뭐지? '후각, 청각, 시각, 촉감, 미각'같이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REAL이라고 말한다면, REAL이라는 것은 뇌가 해석할 수 있는 일련의 전기 신호에 불과하다는 뜻이 되겠군. 이건 자네가 알고 있는 현실의 모습일세. 20세기 말의 모습이지. 하지만 지금은 매트릭스라 불리는 신경 상호작용 시뮬레이션의 한부분으로만 남아있지. 네오, 자네는 지금까지 꿈나라에서 살고 있었던 게야."
▲ 매트릭스 세계 안에서 인간은 건전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모피어스
▲ 아키텍트의 모습
이 훈련과정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하는 중요한 대사가 있다.
"생각하지 말고 인식을 해. 네 마음을 풀어주려는 거야. 문까지만 안내할 수 있지. 나가는 건 직접 해야돼. 모든 것을 버리게. 두려움, 의심, 불안까지. 마음을 열게"
생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넘어 인식을 해야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인생은 모피어스가 네오를 도와주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행동을 하는 것은 나다. 내가 직접 해야하고 스스로 행동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모피어스의 대사는 네오가 오라클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다가 동자승(혹은 스푼보이)과 만나는 장면과도 관련이 깊다.
불가능 하기 때문에 숟가락을 휘게하려고 하지 말라는 동자승의 말은 뒤에 스미스 요원과 싸울 때 네오에게 깨달음을 준다. 동자승은 네오에게 진실만을 생각하라고 한다. 숟가락이 없다는 진실을 말이다. 즉, 지금 있는 곳이 허구의 세계인 매트릭스임을 잊지말라는 이야기다. 의지력 혹은 정신력만으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동자승의 대사는 사람의 모든 감각들이 기계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매트릭스 세계에서 진실만을 생각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숟가락은 존재하지 않아요. 이를 깨달으면 숟가락이 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이 휜다는 사실을 알게되죠."
즉, 외부의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우리의 내면부터 바꿔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예언자 오라클의 정체는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 2003)"에서 자세히 나온다.)
"자신이 '그'란 사실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아. 아무도 말해 줄 수 없고 자신이 스스로 알지. 온몸이 아는 거지. 미안하네. 자네는 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혹시 아나, 다음 생에서는 가능할지도? 자넨 뭔가를 기다리고 있어. 자네 스스로 자신이 그(the One)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the One이 아닌가 보지. 자네가 그렇게 믿고 있다면, 그게 사실인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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