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책]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인기 랭킹 BEST 10

by 돈버일하 2017. 8. 13.
728x90
반응형

출처 :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예스24, 교보문고 사이트

1. 『용의자 X의 헌신 (容疑者Xの獻身)

"스토리, 트릭 그 어떤 것도 빠지지 않는다. 말할 필요도 없는 랭킹 1위다."

( YES24 책 주문하러 가기 ▶ http://yimay.kr/t49465bxv4 )

사건은 에도가와 근처 작은 도시의 연립주택에서 한 모녀가 중년의 남자를 교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혼한 아내 야스코가 돈을 갈취하는 전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옆집에 사는 천재 수학교사 이시가미는 마음 속으로 사랑해온 야스코를 위해 비상한 두뇌로 범행사실 은폐에 나선다. 완벽한 알리바이로 미궁에 빠진 형사는 이시가미의 대학 동창인 천재교수 유가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 추리소설에서 흔히 보여지는 잔혹함이나 엽기 호러가 아닌 사랑과 ‘헌신’이라는 고전적이며 낭만적인 테제를 따르고 있으며, 미로처럼 섬세하게 얽혀 예측하기 힘든 사건 전개와 속도감을 더하는 구어체 진술로 주제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


p.38~39

눈앞이 캄캄해졌다. 야스코는 형사에게 아무리 위협을 당해도 미사토가 한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형사들이 사실을 밝혀내면 모든 게 끝장이다. 딸만은 봐달라고 애원한다고 들어줄 리 없다.

자기 혼자 죽인 것으로 위장할 수는 없을까 하고 야스코는 가능한 모든 지혜를 짜내보았지만, 금방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설프게 위장을 하다가 오히려 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사토만은 지켜야 한다. 부모를 잘못 만나 어릴 때부터 평온한 가정의 행복도 모르고 자란 딸이 아닌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한다. 이보다 더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p.97

“정신 차려, 형사님. 그 용의자가 진범이라면 꽤 고생하게 될 거야.”

유가와의 말에 구사나기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건 또 무슨 뜻이야?”

“방금 말했잖아. 보통 사람이라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반권의 보관 장소까지 신경을 쓰지는 않아. 형사가 올 때를 대비해서 팸플릿 속에 끼워두었다면, 상당한 강적이라는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유가와의 눈가에는 벌써 웃음기가 사라지고 없었다.


p.187

“목을 졸라 죽이면 흉기의 흔적이 목에 남아요.”

이시가미는 설명했다. 완곡한 표현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과학수사가 발전되어 어떤 물건을 흉기로 사용했는지 그 흔적으로 알 수 있지요.”

“그래서 그 형사가 고다츠에 대해…….”

“그럴 겁니다. 그렇지만 걱정할 것 없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벌써 손을 써두었으니까요.”

경찰이 흉기를 밝혀내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시가미는 하나오카 방에 있던 전기 고다츠를 자신의 것과 바꾸어버렸다. 그녀의 전기 고다츠는 지금 그의 방 벽장에 들어가 있다. 게다가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전기 고다츠의 코드는 그녀가 쓰던 타입과는 다르다. 형사가 전기 코드에 주목했다면, 벌써 그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p.263~264

구사나기의 머릿속에서 오늘 낮에 유가와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그 물리학자는 만일 사건에 이시가미가 관련되었다면 살해가 계획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계획했다면, 알리바이 공작에 영화관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거야.”

유가와는 우선 그 점을 들었다.

“자네도 말했듯이, 영화관에 갔다는 진술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지. 이시가미가 그것을 생각 못했을 리가 없어. 또한, 더 큰 의문이 있어. 이시가미에게는 하나오카 야스코에게 협력하여 도미가시를 죽일 이유가 없어. 만일, 그녀가 도미가시에게 고통을 받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는 다른 해결책을 모색했을 거야. 살인이라는 방법은 절대로 선택하지 않아.”

이시가미는 그 정도로 잔혹한 인간이 아니라는 의미로 구사나기는 받아들였다. 유가와는 냉정한 눈길로 고개를 저었다.

“감정의 문제가 아냐. 살인으로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지. 왜냐하면, 살인을 범함으로써 또 다른 고통을 끌어안게 될 테니까. 이시가미는 그렇게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아. 오히려 논리적이기만 하다면, 어떤 잔혹한 일도 해낼 수 있는 인물이야.”  


p.339~340

유가와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면서 구사나기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이시가미를 만났을 때, 그 친구, 내게 수학문제를 하나 제시했지. P≠N 문제라는 건데, 자신이 생각해서 답을 내는 것과, 남에게 들은 답이 옳은지 그른지를 확인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간단한가라는 유명한 문제이지.”

구사나기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거, 수학인가? 철학적인 문제 같은데.”

“이시가미는 하나의 대답을 자네들에게 제시했어. 그것이 이번의 자수이고, 진술내용이야. 그 좋은 두뇌를 최대한으로 굴려 허점 없는 답을 고안해낸 거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대들의 패배를 뜻해. 자네들은 전력을 기울여 그가 제시한 답이 옳은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돼. 자네들은 지금 도전받고 있고, 시험당하고 있어.”


2. 『한여름의 방정식(眞夏の方程式)

" 유가와 선생과 소년의 교류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스토리이다. 이 작품을 보면 갈릴레오의 새로운 매력에 눈을 뜨게 된다."

( YES24 책 주문하러 가기 ▶ http://yimay.kr/t49465b5l1 )

한여름 바닷가 마을과 도쿄를 오가며 숨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가운데 하나로 한여름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그리고 있다.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일명 탐정 갈릴레오와 소년 쿄헤이가 우정과 교감을 엮어가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여름 바다, 불꽃놀이, 소년과 천재 과학자, 그리고……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여름 방학을 맞아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고모네로 놀러 가던 초등학생 교헤이는 기차 안에서 회의 참석차 같은 곳으로 가던 데이토 대학 물리학부 유가와 교수(탐정 갈릴레오)와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된다.

교헤이는 유가와에게 고모네 여관을 소개하고, 유가와는 그곳에서 며칠을 묵기로 한다.

두 사람이 여관에 온 다음 날, 또 한 사람의 투숙객인 쓰카하라 마사쓰구가 항구 근처 바위 위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확인 결과 그는 전 경시청 형사로 밝혀지고,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 추락사로 단정했으나 부검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사임이 드러난다.

쓰카하라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마을에 온 이유와 사망 과정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유가와는 16년 전 일어난 한 살인 사건의 진상과 맞닥뜨리고, 여관 가족이 숨겨야만 했던 중대한 비밀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헤이가 뜻하지 않게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듭되는 반전,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 소설의 묘미는 무엇보다 마지막 반전에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말이 끝부분에 펼쳐진다. 사건을 추적하던 유가와는 조금씩 조금씩 진상에 다가서지만, “이번 사건의 결말이 잘못되면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뒤틀릴 우려가 있다”며 끝까지 사건과 범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다. 그리고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결말을 향해 다가간다.

이것은 사고인가, 살인인가.

과연 유가와가 눈치 챈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3. 편지(手紙)

"슬프고도 애절한 스토리로, 마지막까지 다 읽었을 때 오열했다."

( 예쓰24 책 주문하러 가기 ▶ http://yimay.kr/t49465ck1g )

나는 형을 용서했지만, 사회는 그런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살인자를 가족으로 두었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가족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을 그리고 있다. 세상에 의지할 것이라고는 서로밖에 없는 형제가 있었다. 형은 막일을 하며 동생을 뒷바라지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살인범이 되고 만다. 교도소에서 착실히 생활하며 동생에게 매달 편지를 보내오는 형, 그런 형의 편지는 자신의 과오에 대한 뉘우침과 피해자에 대한 속죄, 동생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이 새겨진 동생의 삶에서 그 편지는 늘 걸림돌이 된다.

"딱지가 붙은 사람에겐 그런 인생밖에 없을 거야. 나는 살인범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음악이란 꿈을 버려야만 했어. 또 사랑하던 여자와의 결혼도 포기해야 했지. 취직한 뒤에도 그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부서를 이동했어. 유미코는 이웃들한테 따돌림을 당하고, 미키도 사이가 좋았던 친구들과 만날 기회를 빼앗겼어. 그 애가 장차 어른이 되어, 예를 들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는 어떻게 될까? 큰아버지가 살인범이었다는 게 드러나도 상대방 부모이 우리 미키와의 결혼을 축복해줄까? 이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 순간부터 나는 형의 동생이라는 생각을 버릴 거야."


p.115

내내 캄캄한 동굴 속을 헤매다가 간신히 희미한 빛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달리 아무런 희망도 없다. 그렇다면 그 실낱같은 빛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p.204-205

착한 사람도 늘 누구에게나 착하게 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걸 얻으려면 저걸 얻을 수 없지.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단다. 뭔가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거야, 인생이란.


p.328

츠요시의편지를 읽다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츠요시는 자기 편지를 시라이시 유미코라는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읽고 있단 것도 모르고 그리고 그 여자가 나오키의 이름으로 답장을 보내고 있다는것도 모르고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 아마 츠요시는 동생한테서 온 편지를 가장 큰 위안으로 삼고 있을 것이다. 나오키는 지금까지 자기 편지가 형한테 그토록 큰 힘이 되리라곤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328


p.372

지금껏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우는 소리 한번 하지 않던 아내다. 그런 아내가 우는 걸 보니 가슴이 아팠다. 나오키는 자기 가족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얼굴도 모르는 범인에 대한 심한 분노를 느꼈다. 372


4. 백야행(白夜行)』

"허점이 없는 명작이다. 작품 전반의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된다."

( 예쓰24에서 백야행 주문하러 가기 ▶ http://yimay.kr/t49465dfwp )

줄곧 나는 하얀 어둠 속을 걸어왔어...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남자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여자, 그리고 죽음을 담보로 한 그들의 수상한 사랑, 소녀와 소년의 기괴한 사랑 이야기와 연쇄살인사건이 결합된 로맨틱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어느 날, 전당포 주인인 기리하라 요스케가 빈 공터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요스케의 부인, 전당포 직원, 후미요라는 여인이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모두에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고,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이 소설의 빛깔은 '하얀 어둠 속을 걷는다'라는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하얀 옷, 하얀 벽, 하얀, 차, 하얀 바지, 하얀 카드, 하얀 치아, 하얀 슈트, 햐얀 전화, 하얀 손수건, 심지어 하얀 몸에 이르기까지 온통 하얀 색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하얀 것'들은 제각기 다른 층의 속성을 드러내며 음산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와시마 에리코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옆을 사람이 지나가든, 어디에서 누가 큰 소리를 지르든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그렇게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주 편안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은 꽃을 피운 잡초를 떠올리게 했다. 길가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정식 이름 같은 건 아무도 모르는 그런 작은 꽃이다.

선택된 인간이 소셜 댄스를 배우는 게 아니에요. 만약의 경우에 댄스의 하나 정도를 출 수 있는 인간이 선택되어 가는 거예요.


5. 붉은 손가락(赤い指)』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긴 하지만 어떻게 이 가족은 이 지경에 이르렀나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이 집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어!

'어린 소녀의 죽음'이라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세 가족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긴박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흡입력, 허를 찌르는 반전이 어우러져 펼쳐진다.

47세 중년 가장 아키오, 그의 아내 야에코, 중학생 아들 나오미, 그리고 치매에 걸린 노모와 함께 살아가는 이 집의 정원에서 어느날 어린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이들의 깜짝 놀랄 음모와 반전, 그리고 이를 파헤치는 가가 형사의 치밀한 두뇌 플레이가 시작된다.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려는 아키오의 가족, 그리고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왕래조차 하지 않는 네리마 경찰서의 노련한 형사이자 마쓰미야의 사촌형인 가가 교이치로의 가족, 사건은 이 세 가족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이들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진심으로 자신의 가족과 마주하게 되며,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고 있다.


p.86~87

부엌에서 뭔가 칼로 써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하는 거야?"

하지만 야에코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아키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을 들여다보았다. 조리대에 큼직한 접시가 놓였고 그 안에 다진 고기가 담겨 있었다.

"이 시간에 무슨 요리를 하려고?" 그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배가 고프대."

"배가 고파?"

"아까 나오미가 내려와서..." 야에코는 뒷말을 흐렸다.

아키오는 자신의 뺨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배가 고파? 그런 짓을 저지르고, 부모한테 이런 고생을 시키고, 배가 고파...?" 


p.135

“자, 그럼 그럴 수도 있다고 하자. 그래서 너의 제안을 채용했다고 하자고.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건 수사원이 상대의 대응에 부자연스러운 것을 느꼈을 경우에는 잔디 채취 담당 수사원에게 일일이 그런 뜻을 전달해야겠지? 그건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고 생각되지 않냐? 게다가 직감이라는 건 남에게 전하기 어려운 거야. 능숙하게 전달되지 않았을 경우, 실제로 상대와 접촉하는 수사원이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를 우려도 있어. 그리고 사전에 전화로 사정을 설명한다는 건 범인에게 뭔가 준비할 수 있는 유예를 부여하는 일이 되기도 하지. 따분한 작업에 맥이 빠지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어떤 일에나 의미는 있는 법이야.”

“바깥에서 보면 평온한 가족으로 보여도 다들 이래저래 사연을 안고 있는 법이야.” 135


p.174~175

“마에하라 가가 이번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없어. 공상에 가까운 추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일 뿐이지. 어쩌면 우리는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에 대해 탐문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그 점을 생각하면 그들이 행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주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

“우리가 탐문을 했다는 것 때문에 아까 그 주부가 마에하라 가에 대해 가진 인상이 확실히 바뀌었을 거야. 그 호기심에 찬 눈빛을 봤지? 우리가 탐문을 했었다는 얘기를 그 주부가 뭔가 상상한 내용까지 섞어서 남에게 퍼뜨리지 않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어. 소문은 소문을 낳아서 차츰 마에하라 가를 에워싸겠지. 가령 범인이 따로 있어서 그 진범이 잡힌다고 해도 한 번 퍼진 소문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 법이야. 아무리 수사를 위해서라지만, 그런 피해자를 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p.283

“이 집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어. 이건 경찰서 취조실에서 억지로 실토하게 할 이야기가 아냐. 반드시 이 집에서 그들 스스로 밝히도록 해야 하는 거야.” 230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건, 노인에게도, 아니, 노인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있다는 거야.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달라. 주위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법도 있는 거고. 하지만 중요한 건 아무리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 의사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6. 비밀(秘密)』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가 다 아는 명작이다. 비밀의 진짜 의미는? 소름돋으며 맥이 풀리는 마지막이 일품이다."

교통사고로 아내는 죽고 딸이 기적적으로 살아니지만, 놀랍게도 딸의 몸에는 아내의 영혼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을 아내와 딸로 둔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내의 영혼을 지닌 딸은 그에게 아내일까 딸일까? 딸의 몸을 빌린 아내, 아내의 영혼이 깃든 딸과의 사랑이 안타까움과 아찔함을 오가며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 펼쳐진다.

"실은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아주 신비한 일이 일어났단다. 돌아가신 엄마의 영혼이 네 몸에 깃들어 있었던 거야. 그리고 너 대신에 모나미로서 생활해왔단다. " 


7. 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ド ホテル)』

"호텔맨으로 변신한 형사와 호텔 직원의 합이 절묘하다. 미스테리작품으로서도 발군의 재미가 있다."

범죄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수사 과정이 호텔이란 특정 공간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과 교차하면서 숨 가쁘게 이어지는 소설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잡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란 점에서 마땅히 추리소설로 분류해야 하지만 그보다 넓게 보면 온갖 군상이 등장하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인 닛타 고스케 형사를 만날 수 있다.


p.25

그가 부루퉁한 얼굴로 단추를 채우는 것을 보며 나오미는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자세가 좋지 않아요. 우선 그것부터 고치세요. 그리고 걸음걸이도.”

“아, 미안한데요, 나는 원래 태어나면서부터 이렇게 걸었어요. 오른쪽 다리, 왼쪽 다리, 번갈아 내미는 이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받으셔야겠네요. 복도로 나오세요.” 나오미는 문으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닛타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깨닫고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왜 그러시죠?”

닛타가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야마기시 씨라고 했던가? 당신,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내가 뭘 오해하고 있죠?”

“내가 이 호텔에 온 건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해서지 호텔리어 교육을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요.”


p.106

“저 부인은 흰 장갑을 끼고 있었죠, 양손에.”

“네, 나도 봤어요. 그게 어떻다는 건가요?”

“내 경험으로는 시각장애인은 장갑을 거의 끼지 않아요. 그들에게는 청각과 마찬가지로 각도 귀중한 정보거든요. 손에 닿는 감촉을 방해하는 장갑은 거치적거릴 뿐이죠. 게다가 시각장애인은 자칫 잘못해서 젖은 곳에 손이 닿는 상황을 늘 염두에 두게 마련이에요. 혹시 장갑이 축축해지면 잘 마르지도 않고 아무래도 찝찝하잖아요.”

형사의 설명에 나오미는 연거푸 눈만 깜빡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하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저 손님에게는 뭔가 사정이 있는지도 모르죠. 손에 흉터가 있다거나 멍 든 걸 가리기 위해서 라든가.”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이상하다고 결론을 내린 건 아니에요. 맘에 좀 걸렸다는 정도지요. 형사는 일단 의심하는 게 일이라서.”


p.150

“그다음 사건이 일어난 건 10월 10일입니다. 장소는 센주신바시 근처의 빌딩 건설 현장. 살해된 사람은 중년 여성으로, 옷 속에서 숫자가 적힌 종이가 발견되었죠. 정확히 말하면 손으로 적은 게 아니라 잡지와 신문에서 오려낸 것으로 보이는 활자를 일일이 붙였어요. 그 숫자가 여기 셋째 줄과 넷째 줄입니다.” 닛타의 손끝이 조금 아래로 이동했다.

45.648055

149.850829

여기서 닛타는 얼굴을 들고 씩 웃었다.

“어때요,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어요?” 


8. 기린의 날개(麒麟の翼)

"빈사상태로 중상을 몸을 이끌고서라도 니혼바시로 향한 이유는? 가가 형사 시리즈 최고의 걸작이다."

( 예쓰24에서 책 사러가기 ▶ http://yimay.kr/t49465c767 )

죽어가는 아버지가 아들을 향해 온몸으로 남긴 마지막 메시지!

「가가 형사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인 『기린의 날개』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스스로도 시리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가족애를 그린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나타냈다.

어느 늦가을 밤, 도쿄 한복판에 있는 니혼바시 다리에서 중년 남자가 가슴을 칼에 찔린 채 경찰에게 발견된다. 사건 현장은 다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지하도. 그곳에서 칼에 찔린 남자는 피를 흘리며 혼신의 힘으로 다리까지 걸어와 다리 중앙에 있는 기린 조각상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로 쓰러진 것이다. 그는 병원으로 후송되지만 이내 숨지고 만다.

그로부터 두 시간 후, 사건 현장 인근 공원에서 한 청년이 경찰의 불심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이 된다. 청년의 소지품에서 사망한 남자의 운전면허증과 지갑 등이 발견되고, 경찰은 청년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다. 경찰 조사 결과 사망한 남자는 건축 부품 제조 회사의 본부장인 아오야기 다케아키로 밝혀진다. 외견상으로는 원한에 의한 단순 살인, 혹은 강도 살인 사건.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몰고 간다.

그러나 용의자 청년의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뒤늦게 확인되고,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끈질긴 탐문 수사 끝에 피해자가 생전에 니혼바시 일대의 신사를 돌며 자신이 접은 종이학을 바치고 누군가를 위한 속죄와 구원의 기도를 해 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가가는 날개 달린 기린 조각상에 얽힌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에 차츰 다가간다.

가가 형사는 흔히 안락의자에 앉아 고도의 추리를 즐기는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현장을 발로 뛰며 조그만 단서 하나라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 “헛걸음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지는 법”, 혹은 “막히면 몇 번이라도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형사다. 전작인 『신참자』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가가 형사의 활동 무대는 니혼바시 일대이다. 옛 도쿄의 정취가 어린 이곳은 서민풍의 노포(老鋪)가 즐비하면서도 현대식 건물이 섞여 있는 흥미로운 구역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니혼바시의 서정적이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풍경은 흥미진진한 두뇌 게임에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가가 형사는 피해자의 유품을 근거로 니혼바시 일대의 메밀국수 집과 찻집, 일본 종이 전문점, 수제 공예품 가게 등을 탐문하며 피해자의 사고 당일과 최근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사건의 앞뒤를 짜 맞춰 수사를 조기 종결 하라는 간부들의 종용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택시를 잡아타고 좁은 골목을 누비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가는 그의 수사 기법은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가가 형사가 니혼바시 일대를 걸어 다니며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들이 모두 사건의 단서가 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기기 힘들다. 독자들은 그의 동선을 따라가며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두뇌 게임을 즐기게 된다. 하지만 가가의 뛰어난 추리력과 허를 찌르는 역발상, 빈틈없는 사건 재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실마리를 놓치기 일쑤다. 그만큼 작가의 탄탄한 작품 구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가 형사의 광범위한 탐문 수사 결과, 피해자가 니혼바시 일대의 신사(神社)들을 순례해 왔으며, 천 개의 종이학을 접어 누군가에게 속죄하고 누군가의 구원을 기도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가가는 그가 칼에 찔린 상태에서 니혼바시 다리까지 필사적으로 걸어가 기린 조각상 앞에서 기도하는 자세로 쓰러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9. 악의(惡意)

"처음 읽었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머릿속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있는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 예쓰24에서 책 사러가기 ▶ http://yimay.kr/t49465c761 )

잠재되어 있는 악의가 이길 때, 사람은 사람이 아니게 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사체를 발견한 사람은 히다카의 젊은 아내와, 친구이자 아동문학작가인 '노노구치'다. 한때 노노구치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는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사건을 맡게 되고, 사건에 대한 노노구치의 수기를 토대로 수사를 하던 중 노노구치가 범인임을 밝혀낸다. 하지만 노노구치는 체포된 뒤에도 왜 친구를 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

이 소설은 자기 연민에 빠진 범인 노노구치의 글과, 감정이 배제된 가가 형사의 기록을 번갈아 보여준다. 일찌감치 범인을 알려주는 작가는 범인의 정체보다는 살인의 동기와 범죄의 과정에 더 집중하고 있다. 살인의 동기,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악의, 허를 찌르는 반전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어우러지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p.105

"자수하는 것도 가능할까?"

가가 형사의 눈이 커졌다. 그 뒤에 그는 한 차례만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이 단계에서는 자수라고 인정받을 수 없겠지요. 하지만 공연한 저항을 하신다면 별로 득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어깨의 힘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절망을 하면서도 반면 내가 안도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이것으로 이제 더 이상 연극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p.111

어찌됐든 이만큼 많은 수의 작품 원고가 작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럽다. 또한 그 내용이 발표된 히다카의 작품과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니고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불가해한 일이었다. 대학노트에 써놓은 소설의 경우는 여기저기 행간마다 교정한 흔적이 있어서 퇴고 중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나는 내가 세웠던 가설이 적중했다고 단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가설이란 즉 '노노구치 오사무는 히다카 구니히코의 고스트라이터였던 게 아닌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묘한 관계가 틀어진 결과, 이번 살인사건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 

p.144

"아니, 특별한 동기 같은 건 없어. 자네도 말했잖아? 이번 범행은 충동적인 것이 아니냐고. 그게 맞는 말이야. 충동적으로 불끈 화를 못 이겨 살해했다, 그냥 그것뿐이야. 딱히 댈 만한 이유 같은 건 없다니까?"

"그러니까 어째서 불끈 화가 나셨는지 묻고 있는 겁니다. 이유도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냥 사소한 일이야. 아니, 분명 사소한 일이었을 거야. 실은 왜 그런 식으로 머리끝까지 화가 났었는지 나도 잘 기억이 나질 않아. 뭐, 하긴 그런 게 불끈한다는 것의 속성이지. 그래서 나도 어떻게 설명을 해보려고 해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사실상 맞는 얘기야." 

p.152

노노구치는 히다카에게 뭔가 커다란 약점을 잡히고 있었다는 얘기인 걸까. 그렇다면 그건 무엇인가. 여기서 히다카 하츠미와의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이를테면 히다카 구니히코가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 채고 그것을 묵인해주는 대신에 노노구치에게 고스트라이터가 되기를 강요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견해일 것이다. 히다카 하츠미가 죽은 뒤에도 노노구치가 히다카에게 계속해서 작품을 제공해왔다는 데 대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p.206

그녀를 더 이상 고통 속에 남겨둘 수는 없었습니다. 히다카의 성격을 생각하면 깨끗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녀와 헤어진다는 건,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 뒤로 며칠이나 고민을 했을까요. 나는 교사로서의 일도 내팽개치고 타개책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미 다 아시겠지요. 아니, 가가 형사는 진즉부터 짐작하고 있었으니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히다카를 죽이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p.252

그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히다카 구니히코의 팬이거나 실제로 문학 애호가일 가능성은 낮다고 나는 내심 짐작했다. 아니, 오히려 그들 중 대부분은 지금까지 히다카 구니히코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아닐까. 적극적으로 남을 비난하는 인간이란 주로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을 통해 희열을 얻으려는 인종이고, 어디 그럴 만한 기회가 없는지, 늘 눈을 번득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는 누가 됐건 상관없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히다카 리에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웃기는 건, 요즘 들어 남편의 책이 아주 잘 팔린다는군요. 그것도 아마 일종의 관음증 같은 거겠죠?"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요."

p.266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처음 노노구치를 체포했을 때부터 뭔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 듯한 불안감이 들었다. 그것이 이제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내가 경찰관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아직 미숙한 탓에 엉뚱한 착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내 스스로의 감각에 아직도 미진한 것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번 사건에 종지부를 찍고 싶지는 않았다. 

p.274

나는 단언한다. 그런 인간은 친한 친구가 아니다. 똑같은 모순이 노노구치 오사무의 고백의 글에도 있었다. 친한 친구라면 상대의 아내를 빼앗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친구의 아내와 공모하여 그를 죽인다는 등의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말로 친한 친구였다면 상대를 협박하여 고스트라이터가 될 것을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노노구치는 히다카 구니히코를 '친한 친구'라고 수차에 걸쳐 밝혔던 것일까. 

p.342

이번 사건을 맡으면서 문학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접해보게 되었습니다만, 작품을 평하는 말 중에 독특한 표현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말입니다. 한 인물이 어떤 인간인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써서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뜻일 텐데, 그건 단순한 설명문으로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아주 작은 몸짓이나 몇 마디 말 같은 것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그 인물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도록 쓰는 것이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것이라던데요?

당신은 거짓으로 점철된 수기를 통해 히다카 구니히코라는 인물의 잔혹성을 묘사하여 일찌감치 독자, 즉 우리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준비한 에피소드가 그 '고양이 죽이기'였던 것이지요.


10. 갈릴레오 시리즈 제4탄,성녀의 구제(聖女の救済)

"트릭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 타이틀의 의미를 이해했다."

( 예쓰24에서 책 사러가기 ▶ http://yimay.kr/t49465csre )

왜곡된 사랑이 부른 슬픈 복수극이다. 구제와 단죄, 그 사이에 놓인 ‘허수해(虛數解)’의 진실은? 

남자가 그 말을 했을 때 여자는 마지막 결의를 굳혔다. 그 흰 가루의 힘을 빌릴 때가 왔다…….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런데 지금 당신이 한 말은 내 마음을 죽였어. 그러니까 당신도 죽어줘야겠어.’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이시가미와의 대결 후 다시는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유가와 마나부(일명 ‘갈릴레오 교수’)가 친구인 구사나기 형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살인 사건에 개입하여 범인과 첨예한 두뇌 싸움을 펼친다.

IT 회사 사장 마시바 요시다카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사인은 맹독성 독극물인 아비산에 의한 중독사. 사건을 맡은 메구로 경찰서의 형사 구사나기는 숨진 요시다카와 내연의 관계인 와카야마 히로미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러나 구사나기의 후배 형사인 우쓰미 가오루는 사체 발견 당일 친정인 삿포로에 가 있던 요시다카의 아내 아야네를 의심하게 되는데. 수사 개시 다음날 삿포로에서 올라온 아야네를 만난 구사나기는 첫눈에 아야네의 매력에 빠져들고, 구사나기가 계속해서 아야네의 범행 가능성을 부인하자 가오루는 개별적으로 수사를 벌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야네에게는 철벽같은 알리바이가 있다. 또한 아비산을 사용했다는 것 외에는 살인 방법도, 범행 동기도 알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가오루는 구사나기의 친구인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 교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구사나기 선배는…….”

그녀는 유가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사랑하고 있어요.”

“뭐?”

유가와의 눈에서 냉철한 빛이 사라졌다. 길 잃은 소년처럼 초점이 흐려졌다. 그런 눈으로 그는 가오루를 보았다.

“누구를?”

그가 물었다.

“용의자요. 이번 사건의 용의자를 사랑하고 있어요.”

유가와는 아야네의 사건 전후 행적과 과거를 조하사고 집 안 곳곳을 면밀히 살핀 후 살인 방법에 관해 결론을 내린다. 그것은 바로 ‘허수해(虛數解)’.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난 이 방정식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 단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야.”

“단 한 가지요? 그럼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허수해야.”

“허수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다는 의미지.”

피 냄새가 물씬 나는 일반적인 추리소설과 달리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정교한 구성과 치밀한 복선으로 최고조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사건의 그늘에 슬픔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인간 드라마를 전개시킴으로써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긴 여운을 남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감성이 잘 살아 있는 소설『성녀의 구제』는 ‘허수해’라는 불가사의한 트릭에 도전하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와 용의자를 사랑하는 형사 구사나기, 그리고 완전 범죄에 도전하는 용의자의 팽팽한 삼각 구도 속에서 충격의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다른 평범한 인간이라면 어떤 식으로 사람을 죽일까 부심하고 노력했을 거야. 하지만 이번 사건의 범인은 그 반대였어. 죽이지 않기 위해 전력을 쏟은 거야. 이런 범인은 세상에 없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도 없을 거야.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니까.”

“구제의 나날이 끝나는 순간 단죄는 시작되리라……”


p.254

"하지만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

그 말에 구사나기는 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 미미한 가능성에 걸겠다는 거야? 그렇다면 마음대로 하시지. 나는 순리의 길을 갈 테니까."

"그래, 자네가 가고 있는 길이 순리라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만사에는 예외라는 게 있어. 과학의 세계에서는 그 예외까지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고." 


p.259

내가 소거법 운운했는데, 가능성 없는 가설을 하나하나 제거하다 보면 단 하나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지. 하지만 가설을 세운 방식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었다면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공룡의 뼈에만 정신을 팔다 보면 때로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야.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