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퍼의 꿈.
그리고 네오가 한 것처럼 컴퓨터에 글을 쓴다.
Somebody tell me. 누가 대답해줘.
Why it fells more real when I dream than when I am awake. 왜 꿈이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느껴질까?
How can I know if my senses are lying? 어떤 것이 현실인지 어떻게 알 수 있지?
그러자 컴퓨터 화면에 포퍼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뜬다.
There is some fiction in your truth, and some truth in your fiction. 진실 속에 허상이 있고, 허상 속에 진실이 있어.
To know the truth, you must risk everything. 진실을 알고 싶다면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해.
포퍼가 다시 물어본다.
Who are you? 넌 누구야?
Am I alone? 난 혼자야?
영화 매트릭스 리뷰 포스팅에서도 썼듯이, 영화 속에서는 유독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문을 열고 다른 공간 속에 들어가면 항상 그 공간에 맞는 매트릭스, 통제시스템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교실도 마찬가지다. 이미 교실 안에 존재하는 매트릭스, 통제시스템이 있다. 예를 들면, 수업시간에는 핸드폰을 끄거나 무음, 진동모드로 한다든지 수업에 집중한다든지 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적인 규칙들 말이다. 포퍼는 네오가 되기 전의 앤더슨과 비슷하다. 지루한 일상생활에 일탈행동을 하고 현실에 의문을 가진다. 앤더슨은 직장이라는 통제시스템에 일탈행위로 불법으로 프로그램을 팔았다. 포퍼는 학교라는 통제시스템에 일탈행위로 수업을 자주 빠진다. 그리고 둘다 현실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가 모피어스의 전화를 받는다.
▲ 포퍼의 노트.
수업에 집중 못하고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포퍼. 그런 포퍼의 노트를 살펴보면 포퍼는 이미 네오와 트리니티의 존재를 알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Neo, Trinity, GET ME OUT OF HERE. 네오, 트리니티, 날 여기서 탈출시켜 줘.
수업 중에 포퍼의 휴대폰이 울리자 포퍼를 바라보는 학생들과 선생님의 눈초리가 매섭다. 포퍼는 서둘러 핸드폰을 끄고 가방에 집어 넣는다. 하지만 껐는데도 곧바로 울리는 휴대폰, 무섭게 다가오는 선생님, 혹시나 하고 전화를 받아보니 모피어스의 연락이었다. 현실과 매트릭스 세계 간의 연락방법은 전화다.
"네가 안다는 걸 그들이 알아. 그들이 간다, 빨리 도망쳐!"
이미 학교에 도착한 요원들. 인간이 매트릭스 통제를 벗어나, 현실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 매트릭스 운영을 방해될 수 있다. 그래서 요원들은 깨달음을 얻은 자들을 삭제하고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 요원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궁지에 몰린 포퍼.
"네오, 난 믿어. 이건 꿈이 아니지?"
결심한 듯 포퍼는 난간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뛰어내린다. 포퍼의 꿈 속 장면들이 다시 반복된다. 떨어지는 포퍼, 날아가는 새들, 떨어지는 자신의 발 아래 펼쳐진 파란 하늘, 땅과 가까워지는 자신. 이건 꿈일까? 아니면 현실일까?
포퍼의 꿈은 소설 데미안을 떠오르게 한다. 헤르만 헤서의 소설 「데미안」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구는 바로 '새는 알에서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이다. 즉, 인간은 하나의 틀을 뛰어넘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벽을 깨뜨려야 한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포퍼의 꿈 속의 '새'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상징한다. 근데, 꿈의 처음에서 새는 추락한다. 그 새의 추락 모습이 점점 포퍼의 추락모습과 유사해진다. 허상을 깨닫게 된 자에게 그 세계에서의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떨어지는 포퍼와 그리고 다시 비상(飛上)하는 새의 모습에서 매트릭스 세계를 깨기 위해 추락하고 다시 현실로의 비상을 꿈꾸는 포퍼의 모습이 보인다.
▲ 비석 문구 : 사랑하는 아들, 마이클 칼 포퍼 평화로이 잠들다.
포페에게 매트릭스를 빠져나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나? 과연, 포퍼는 죽었을까? 이 글의 처음에도 말했듯이 포퍼는 이후 영화 캐트릭스 시리즈 2,3에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죽지 않았다. 또한, 포퍼의 장례식에서 선생님의 대사를 살펴보면 힌트가 숨어있다.
"이건 현실이 아냐. 현실세계는 다른곳에 있어. 전형적인 망상증세야. 요즘 이런애들이 널렸지. 현실이 두려운 사람도 있어. 그들에게 이 세상은 냉혹하고 소외된 곳이야. 그건 현실을 부정하는거야. 그런 애들은 그런식으로 자기방어를 하는거지. 그 앤 이제 다른 세상으로 갔어. 그걸 잊지마."
▲ 매트릭스를 벗어난 진짜 현실에서 깨어난 포퍼.
"믿을 수가 없어요. 자기입증이 가능하다니..."
"가능하지"
"네오..."
트리니티는 제발로 벗어난 포퍼를 보고 놀란다. 매트릭스를 벗어날 때 모피어스의 도움을 받아 현실에서 깨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몇몇은 스스로 자각하여 깨기도 한다. 아마 포퍼가 스스로 자각한 경우인듯 하다.
"괜찮아, 넌 이제 안전해."
"당신이 날 구했군요."
"널 구한 건 내가 아니라 너 자신이야. 넌 누구니? 난 혼자니? 넌 혼자가 아니야."
포퍼는 깨어난 후 네오를 보고 고마워한다. 그러나 네오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한 것이라고 말한다. 앞에서 포퍼가 매일 꾸는 꿈에 대해 설명한 것처럼 포퍼의 꿈 속의 '새'는 자유의지를 표현한다. 즉, 포퍼는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매트릭스를 빠져나와 현실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니, 네오의 말처럼 포퍼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한 것이 맞는 셈이다.
▲ 포퍼가 컴퓨터에 묻는 첫장면, "넌 누구니? 난 혼자니? 넌 혼자가 아니야."
애니매트릭스 Episode 4. 어느 소년 이야기(Kid's Story)의 마지막 장면이다. 어쩌면 이것이 이 에피소드의 주제가 아니었을까? 너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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