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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를 보고, 새로운 지적생명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by 돈버일하 2019.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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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좌)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1 (우) 혹성탈출 Monkey Planet , Planet Of The Apes, 1968

2011년도 개봉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40여년 전 '혹성탈출'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1968년에 개봉한 혹성탈출은 말그대로 "레전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68년도 작품을 내가 언제 보고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마지막장면 만큼은 기억이 난다.

혹시나 해서...

혹성탈출 Monkey Planet , Planet Of The Apes, 1968 줄거리

  지구시각 2673년 3월 26일, 삭막해진 세상에 모든 미련을 버린 테일러 일행을 태운 우주선이 케이프 케네디에서 쏘아올려, 1년 6개월만에 어느 행성의 바다에 불시착한다. 유일한 여승무원이었던 스트어트는 캡슐의 고장으로 이미 해골이 되어있었다. 이들은 이론적으로 지구를 떠나 온 지는 2천년 정도 지났다. 세 명의 선장과 승무원들이 가까스로 우주선에서 빠져나왔을 때, 우주선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들은 이곳이 지구에서 320광년 떨어져 있고, 오리온좌의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어느 이름 모를 행성으로 추측한다.
  행성의 생명체 유무를 위해 사막 위의 긴나긴 탐사 여행을 하던 그들은 곧 옥수수 등을 따고 있는 원시인의 무리를 발견한다. 이윽고 말을 타고 총을 쏘아대는 원숭이들 무리에 쫓기게 된다. 이 행성은 바로 원숭이들이 다스리는 것이고, 인간의 모습과 거의 비슷한 원시인들은 야생 동물처럼 살고 있었다. 잔혹한 사냥 끝에 일행과 선장들도 모두 사살되고 중상을 입고 잡힌다. 곧 목의 부상으로 말을 못하던 선장은 인간의 가축화를 연구하는 지라 박사에 의해 '샛별 눈'이라 이름지어주는데, 약간의 지능이 있는 특수한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지라 박사의 애인인 고고학자 고리리어스는 그들이 믿는 성서 이전에 이미 지금보다 발달했던 문화가 존재했음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들에게는 이단적 생각이었고, 그것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 테일러는 거세의 위험에서 감옥을 탈출하여 일대 소동을 일으킨다. 결국 다시 붙잡혀 최고 원로원의 청문회를 받게 된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밀립에서 유인원들을 인간들을 위한 치료제 개발 실험체로 쓰기 위해서 생포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연구소에는 이미 수많은 실험체 유인원들이 존재한다.

과학자 윌 로드만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연구에 집착하듯 매달린다.

알츠하이머병 :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

연구소에서 만든 치매치료제 ALZ-112를 투여한 침팬지 한마리가 뇌 인지능력에서 효과를 보인다. (그 침팬지가 바로 시저의 엄마다.) 윌은 효과를 보이는 침팬지가 나오자, 바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자고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고 설명회를 연다. 손상된 뇌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유일한 치료제 ALZ-112의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설명하던 윌은 이 약에는 단 한 가지의 미미한 부작용만 존재한다고 이사들을 설득한다. 바로 실험체의 눈동자가 초록빛을 띈다고. 그래서 실험체의 이름을 '반짝이는 눈'이라 명명했다고.

한편, 반짝이는 눈(시저의 엄마)은 이미 잡혀들어올 때부터 임신중이었고, 실험실에서 태어난 시저를 보호하고자 예민해져있다. 연구원들이 자기 자식을 해하려 하는 줄 알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그런 행동을 오해한 연구원들은 자기방어를 위해 설명회에 난입한 시저의 엄마를 죽인다.

이사들은 실험체의 이상행동을 부작용으로 인식한건지 결국 '돈'이 목적인 연구소는 경제적 가치가 없어진 치매치료제 ALZ-112의 연구가 중단되었다. 연구에 쓰인 실험체들을 모두 폐기하라는 명령에 실험실 우리를 치우던 도중 반짝이는 눈의 아들 시저가 발견된다.

인간의 욕심으로 데려온 동물들, 실험체로 쓰인 유인원들. 유인원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연구원들. 그리고 죽은 침팬지.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동물들을 데려와 실험에 쓰는 인간. 앞으로 나올 스토리에서 계속 반복될 전해지겠지만 동물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것.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라는 메세지.

연구실에서 태어난 시저. 

결국 혼자 남겨지 어린 시저를 데려와 윌은 자신의 집에서 키우게 된다.

윌의 보살핌 아래서 시저 무럭무럭 자라난다. 시저를 가족처럼 대하는 윌과 윌의 아버지. 시저의 성장과정을 기록하는 윌. 시저의 IQ는 시간이 지난수록 상승한다. 이를 월은 ALZ-112를 투여한 반짝이는 눈(시저의 엄마)의 영향, 유전적인 원인으로 분석한다.

알츠하이머병이 심각해져 간병인이 더이상 윌의 아버지를 케어하지 못하겠다며 일을 그만둔다. 그 일로 윌은 회사에서 ALZ-112를 훔쳐 아버지에게 투약한다. 효과를 보이는 아버지.

그렇게 5년이 흐르고, 지능이 높아지면서 갈수록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시저. 윌은 말로는 시저를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행동은 영락없이 시저를 애완동물로 대한다. 시저가 높은 지능을 지녔다고 알고는 있지만 윌은 항상 시저에게 목줄을 채운다.

윌의 아버지는 병이 재발하여 점점 상태가 나빠진다. 결국 그러다가 남의 차로 운전을 하려다 사고를 친 윌의 아버지, 그로 인해 화가 난 차 주인 이웃집 남자에 의해 윌의 아버지가 위험에 처하자 시저는 이를 막기 위해 남자에게 무력을 행사한다. 겨우 진정한 시저는 윌의 아버지 품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본인이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장면이 너무 답답했다. 아버지의 병이 재발했고 더욱 악화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윌은 아버지를 간병인 없이 방치했다. 어쩌면 이건 시저의 잘못이 아니고 그 상황을 방치한 윌의 잘못이다.

아무튼 이 사건으로 시저는 유인원 보호소에 가게된다. 그곳에서의 본인과 같은 유인원들이 받는 대우가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는다.

윌은 아버지가 ALZ-112에서 효과를 받았다는 것에서 착안해 ALZ-113을 개발한다. 실험도중 연구원 한 명이 ALZ-113에 노출된다. 아버지에게도 ALZ-113 투약하는데 다음날 윌의 아버지는 죽는다. ALZ-113에 노출된 연구원은 자기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윌을 찾아가지만, 그를 만나진 못한다. 그 와중에 윌의 이웃남자 얼굴에 기침을 하며 침을 튀기는 실례를 범한다. 결국 죽은 채로 발견되는 연구원. 뒤늦게 연구소에서는 ALZ-113이 유인원들에게만 반응을 일으키고, 인간들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저와 찍은 사진을 보며 윌은 가족처럼 여기던 시저를 보호소에 두는 것 자체가 잘못됨을 느끼고 회사를 그만두고 시저를 찾으러 가지만 시저는 윌을 따라가기를 거절한다.

갇혀있는 유인원 동료들에게 자유를 선사하고 싶은 시저.

시저는 결국 보호소를 탈출해 윌의 집에서 ALZ-113를 가져와 보호소 내 모든 유인원에게 이를 흡입시킨다. 약물로 수많은 유인원들이 지능이 높아졌다. 시저앞에서 질서정연하게 모여있고, 사람의 인기척을 느낀 시저가 천천히 뒤돌아보는장면은 개인적으로 최고의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호소에서 유인원들을 물대포와 전기충격기로 학대하던 입닥쳐 말포이씨.  그에게 "NO!!!!"라고 외치는 시저.

인간의 치료제들을 위해서 동물 실험을 하는 잔인한 현실에 대한 동물들 입장에서의 답은 시저가 외치는 "NO" 한마디에 담겨있다. 인간이 해치는 자연의 섭리, 영화를 보면서 느낀거지만 인간이 제일 잔인하다.

이 영화의 화두는 '새로운 지적생명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그것도 우리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해왔던 존재라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똑똑해진 유인원들은 철창 속이 아닌 자유를 위해 인간들에게 대항하고 금문교 다리 위에서 작은 전투가 일어난다. 시저의 책략으로 유인원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신들의 서식지로 택한 삼나무 숲을 향해 간다. 그리고 유인원들은 숲으로 돌아가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침팬지와 같은 동물의 감성을 이해하는데 반감으로 인한 감상에 방해가 생길까봐, 감독은 유인원이 전투를 일으키는 장면에서 유인원들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절제되게 보여줬다. 또한 유인원들을 통해 인간의 탐욕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후반부, 삼나무 숲에서 윌은 시저에게 같이 집에 가자고 하지만 시저는 "Caesar is home! (이곳이 시저 집이야)"라고 말하고 윌에게 작별을 고한다. 이 장면에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가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지만, 결국 동물들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인간에게 복수를 택하는 대신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터치를 안한다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 결국 자연은 인간이 해친다는 것. 인간의 욕심이 결국 인간을 멸망시키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것.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개봉 한 달 전에 결말을 바꿨다. 원래의 설정대로라면 윌은 영화의 결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시저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권유하던 순간 잠복해있던 군인들이 시저에게 총을 겨눈다. 시저를 향해 쏜 총을 월이 대신 맞으면서 그가 죽는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영화 개봉 한 달을 앞두고 시나리오는 바꾼 제작진. 새로 바뀐 결말부분이 영화의 메세지를 대변할 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마지막 장면에서 ALZ-113 에 노출된 연구원과 접촉한 이웃집 남자 기장이 공항에서 코피를 흘리는 모습과 함께 노란선 줄기들이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엔딩크레딧으로 마무리 된다. ALZ-113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통해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의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다.

보는내내, 인간보다는 유인원들의 입장에서, 특히 시저에 입장에서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이후의 시리즈에서 유인원들의 평화를 유지하기위해, 어쩔 수 없는 인간들과의 갈등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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